동백꽃
작성자
빙그레
조회 8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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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봉리 이사온지 벌써
2년 반이 되어갑니다.
유랑민처럼
강원도에서부터 안봉리에 오기까지
'뭐 해먹고 살아가나 !'
'식당에가서 설겆이를 할까 ?'
'비닐하우스에 가서 품팔이를 할까 ?'
'약초공부도 1년했으니 아무도 닿지 않은 산속에 들어가 약초나 캐면서 근근히 밥이나 해먹고 살까'
생각하며 지냈던게 머지않은 어제같은데
안봉리 이사오기전에는
상담받을만한 주택이 아니였기에
회원 집집마다 찾아가 상담합니다.
오고 가는 길은 소풍입니다.
의령, 거창, 부산도 가고
칠원도 가고
창원도 가고. . .
일주일간 정화한 성적표를 받으러 가는길에 결과가 좋다고 하면
배로 좋고
결과가 없거나 더 나빠졌다하면 원인이 무엇인지 고민을 합니다.
안봉리 이사오고부터는
맑은 공기가 가득한 이곳으로
상담오시는 분들도 좋아하시니
안봉리 이집이 참 소중합니다.
사람도 이사하면 4배의 힘이 더 든다하는데
나무도 옮겨 심으면 4배의 힘을 더 써야 살아남을수있습니다.
이사올때
전주인이 옮겨 심은 시들한 동백나무가
힘겹게 살아가는걸 2년간 봐옵니다.
헤일수 없이 수많은 밤을 ~ ♬
~♬
꽃잎은 빨갛게 멍이 들었~소
마당을 지나 걷는 한복판에
동백나무를 스쳐야지만 다리를 건널수 있기에 지나다니면서
눈을 흘겼습니다.
'너는 꼭 이자리에 있어야 했니?'
'이자리 아니래도 되잖아 !'
'물건 옮기는데 걸리적 거리잖아 !'
그러다가
나무가 서서히 말라들어갑니다.
주차장에 자갈 공사할때
건너는 바위를 하나 더 놓고
나무에게 시비 안걸기로 합니다.
그 후
나무에 물이 오르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올봄에는
튼실한 몽오리가 맺혔고
찬란한 붉은 빛의 동백꽃이 활짝 핀 모습을 기대합니다.
우리집과
별이네 집 사이경계에
잣나무가 살고 있어요.
정성으로 가꾼 정원에
유독 잣나무는 집 분위기와 너무 안어울린다고
서너번 들은 기억이 납니다.
그러다가
작년 여름에 우람하게 뽀족하게 짙푸르러야 하는 잎들이 노랗게 우수수 떨어지고
아파트 2층 반 높이의 나무가 죽었나 생각을 할즈음
나무를 베어보니 속이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 가볍게 쓰러집니다.
나무가 자살하기도 합니다.
잣나무가 베이진 바로 옆자리에는
향이 천리 만리나 간다는 만리향이
'여긴 원래 내자리였어!'
하듯 바로 자리잡고 향기를 피웁니다.
작년 가을
200년 된 유자나무가 공사장에 버려진것을 별이 아빠가 옮겨심습니다.
우리 거실에서 보면 정면으로 보입니다.
나무 가지중 한가지는 살아서 물이 오르고 한가지는 속이 빈것으로 보입니다.
동백나무처럼 몇년을 힘을 모아
속이 빈 가지에 물이 올라
살아날수 있도록 몸둥아리만 남은 유자나무에 힘을 보태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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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병에 꽂은 꽃은 동백과 벚꽃뿐인데
파란색 보이죠?
확대해서 한번 봐주세요.
사진 찍고보니 파란꽃이 보여서 깜짝 놀랐습니다
나뭇잎과 빛이 만들어낸 꽃이랍니다
빛꽃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신기하고 감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