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번 - 쉼터 느티나무
작성자
빙그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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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쉬는날 단성장에 갑니다
장에 가면 이것 저것 구경거리가 많습니다
늘상 있던 자리 아주머니 안보이면
'아픈가? 왜 오늘 안보이지'
단성 시장바닥 좁아도
말 한번 안 섞었어도 생각이 납니다
동태 두마리 머리까지 챙겨서 손가락에 비닐봉투 끼고
황석어젓도 씻어 짠기 빼고 밥에 쩌먹으려고 삽니다
신나게 돌아오는 길에
태인님에게 전화가 옵니다
"마당에 느티나무가 있는데
아무래도 주차장을 만들려면 정리를 해야할것 같아요 "
"그 나무가 기운이 쎈데요 "
"네 오래됐어요 에너지가 많아 보인다 생각했어요 "
"잠깐 나무에게 물어보고요 "
길가에 주차해 놓은
차들로 인해 민원이 들어왔다고 마당에 들마루도 제거하고
장독대들도 정리하는김에
느티 나무도 정리해야할것 같아 전화했다며...
그 순간 전화기 너머 들리는 목소리에 맞춰
느티나무 속이 보이고
빵빵한 기운으로 에너지가 부산하게 움직이는 게 보입니다
'이렇게 에너지가 빵빵한데 어떻게 말하지?' 속으로 생각하며
나무에게 말을 걸어봅니다
"주차장을 만드는데 너 서있는 공간이 필요한데 어쩌지? " 물었더니
"기꺼이 비켜 드려야지요" 한다
비켜준다는 뜻을 느티나무도 알것인데 너무 순순히 말해서 깜짝 놀랍니다
"어떤 의미인지 알아 ? "
"그럼요 !"
그리고는
나무 속에 나무 손이 나와서
스위치의 on 버튼을 off 버튼으로 내립니다
그 순간 에너지 빵빵했던 기운들이 순식간에 어둠이 됩니다
자신의 목숨도 순식간에 끊을수 있는 마음을 들여다봅니다
매해를 바꿔가며 잎이나고, 무성하고, 낙엽지고, 내년을 기약했던
지난 세월들을 생각해냅니다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숨한 번 들이쉴때마다
맑은 기운으로 몸을 채운다는 것과
여러 사람들의 웃는 모습도 나무는 기억합니다
주차장이 불편해서 도로 옆에 주차 해놓은 차들때문에
사랑하는 주인이 곤란을 겪는다면 목숨을 기꺼이 내어 놓겠다는 마음입니다
앞으로 십년 이십년 삼십년도 더 살수 있는데 아무 망설임도 없이 스위치를 끌수 있는 마음은 도대체 내 머리로는 생각할수 없는 일이
순식간에 일어났습니다
[균형과 조화] 자신이 희생해서
앞으로 방문할 사람들의 얼굴도 미리 그려보고 흐뭇해하며
스위치를 껐다는 생각에
차안에서 꺼이꺼이 소리까지 내며 울었습니다
숭고한 사랑
자신의 목숨보다 다른 사람들의 성장에 한몫한다는 기쁨이 더 크기에
일초의 망설임도 없었다는게 나를 부끄럽게도, 반성도, 눈물도, 또 사랑을 생각합니다.
나무야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한다
기억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