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해 큰 희생을 치러준 딸의 잔칫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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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학폭에 시달리며 자퇴를 생각하던 것이 딱 1년전입니다. 국제학교를 보내달라고해서 한군데를 가봤지만 '중학교를 그만두면 어쩌나'란 생각에 영 내키지 않았죠. 그떄는 그게 욕심이라는 것도 몰랐어요.
(딸은 초3때 미국에 1년 살다가 왔는데, 오자마자 왕따를 심하게 당했어요. 저는 말기암인 친정엄마의 병수발을 하는데 온신경을 집중하고있어서 늦게 알았고 환청과 환시가 생겨 정신과 폐쇄병동에 입원을 시키게 되었습니다. 딸은 미국을 그리워하며 혼자서라도 유학을 보내달라는 말을 계속 해왔어요.)
학폭신고를 하려했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결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고민끝에 마침내 신고를 결정하고 서류를 접수하기 전날, 가해학생이 다른 남학생을 때려서 스스로 학교를 그만두게 됩니다. 가해자가 없어졌으니 이제 편안하게 학교를 다닐수있겠다 생각했지만, 딸은 제대로 대응을 못했다는 것이 상처로 남아 자살충동과 우울증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며칠씩 씻지도 않고 머리는 산발인채로 학교에 가서 다른 아이들도 수군거리고 비웃었죠. 방은 돼지우리가 따로 없었습니다.
그렇게 졸업할 날만 바라보며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티던중 또다른 남학생으로부터 눈덩이를 맞는 학폭을 당했고 이를 사진으로 찍어 직접 학폭신고를 하기에 이릅니다.
그것이 시작이었던 것 같습니다.
눈덩이를 던진 학생이 학교내 체벌로 그칠거라는 저희 예상과 달리 교육청으로 인계되어 처벌을 받게되자 딸은 사과문을 받고 학폭을 취하해주었습니다. 눈덩이 사건에는 딸을 초등학교때 왕따시켰던 여학생이 연루되어있어서 그 여학생에게도 사과문을 받았고, 이 사건으로 초등학교때의 트라우마까지 양지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중학교는 봉사상을 받으며 졸업했고, 비인가 국제학교에 합격했습니다. 면접에서 너같이 의지가 강한 학생은 뭘해도 잘할것이라고 따뜻하게 격려해주시는 대표님을 만나 입학을 결정했는데, 저는 기쁘면서도 배정받은 고등학교에 입학포기원서를 제출하는 것이 못내 가슴아팠어요.
그토록 원하던 국제학교에 다니게 되었지만 학교생활은 쉽지 않았습니다. 매일같이 숙제와 시험공부에 밤늦도록 매달려야했고, 중학교때처럼 괴롭힘을 당하지는 않지만 친구가 없었고, 아빠가 쓰러지는 일이 생겨 마음이 불안한 가운데 자폐가 있는 쌍둥이 남동생을 다독이며 병원에서 엄마 아빠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나날이었어요. 입퇴원을 반복하던 아빠가 또 응급실에 가게 되자 극도로 불안해진 동생에게 맞는 일까지 생겼습니다. 딸에게 전화로 중학교때 친구집에 피신해 있으라고 했지만, 자기가 없는 사이에 동생이 떨어져 죽기라도 하면 어떡하냐며 울면서 아파트 마당을 서성였어요.
이렇게 힘든 생활속에서도 딸은 열심히 공부를 했고, 어렸을때부터 사랑하던 글쓰기와 그림을 놓지 않고 틈틈이 했습니다. 웹사이트에 글을 써서 용돈을 벌고, 그동안 써둔 글을 모아 책으로 만들어 학교선생님들에게 선물했습니다. 운동을 다시 시작했고, 화장을 시작했고 헤어스타일에도 신경을 쓰더니 얼굴에서 점점 생기가 돌고 빛이 나기 시작했어요.
저는 딸이 지금 이대로 다 좋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아침마다 딸을 학교까지 데려다주는 길은 행복의 시간이었고, 대학을 가도 좋고 안가도 좋고 지금처럼 좋아하는 일을 하며 행복하게 살면 되고 앞으로 뭘해도 다 좋을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딸이 학폭당하고 힘들어서 죽고싶어했을때조차 어서 이 시련이 지나가고 딸이 좋아져서 학교를 잘 다니고 좋은 대학을 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이제서야 알아차려진 것이었습니다. 모든 것은 딸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감사하는 마음이 없는 저를 정신차리게 하시려고 하늘이 마련하신 사건이었고, 딸은 오랫동안 희생을 해온것이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정신병이 발병하고 여기저기가 아파서 고생하는 딸에게 사랑을 주기는 커녕 제가 힘들다는 생각만 가득차 딸을 학대하며 살아왔던 것입니다. 이런 저를 견뎌준 딸에게 너무 미안합니다.
방학식 하는 날 딸이 학교에 가면서 지나가는 말로 가볍게 '나도 단상에 올라가 상 한번 받아봤으면 좋겠다'고 하길래 지금 너무 잘하고 있으니 곧 받을 것이라고 격려해주었는데, 바로 그날 오후에 학년말 미술상 수상자로 결정되었다며 단상에 올라가 상받는 사진이 선생님으로부터 날아왔습니다. 집에 온 딸이 성적이 나왔다며 보여주는데 어안이 벙벙합니다. 진짜 글자 그대로 만점입니다. 미국대학에 가려면 SAT시험을 준비해야된대서 학교에서 하는 특강을 보냈더니 첫날 선생님에게서 '이 수업에서는 배울게 없고 따로 어려운 숙제를 내줄테니 가을에 빨리 시험을 보라'는 전화가 왔습니다. 전에는 방 안치운다고 딸을 맨날 잡다가 몇달전부터 잔소리 안하고(착해져서가 아니라 남편이 위중해지니까 여력이 없어서) 큰 쓰레기 정도만 치워주고 있었는데 깜짝 놀랄 정도로 방을 깨끗이 치우고 아주 쾌적하게 만들어 놓았는데 제가 해주던 수준을 훨씬 뛰어넘습니다.
그리고 며칠 방구석에 틀어박혀 글을 쓰더니 청소년 백일장 몇군데에 응모했다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런데…
한국작가회의에서 주최하는 전국 청소년 백일장 예심을 통과했습니다. 응모자가 1000명 가까이 된다는 대회인데, 15명을 뽑는 예심에 통과한 것입니다. 다음주에 본선을 치르는데, 이미 다 주셨기에 더 바랄 것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산청문화원에서 주최하는 전국 학생 백일장 수상자가 발표되었고, 딸이 산문부문에서 무려 차하를 수상했습니다. 상받으러 산청에 갈수있겠다 생각했는데 아쉽게도 시상식없이 상장은 집으로 보내준다고 합니다. 상장이 도착하면 가지고 딸과 함께 덕산에 가려고 합니다.
엄마는 1도 기여한게 없고 다 네 힘으로 한 일이라고 했더니 '엄마는 나를 탄생하게 했지'라고 말해주더군요.
딸의 변화로 잔치를 벌이려고 시작한 글이었는데, 제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글을 쓰면서 더 알게 되었습니다.
한 가정을 살아나게 해주신 큰선생님 빙그레선생님 감사합니다.
늘 힘이 되어주시고 길을 알려주시는 감사가득 지원장님과 하늘찬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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