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전생치유 잔치상
작성자 방긋(진주1/서울)   댓글 0건 조회 249회 작성일 2025-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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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저 사람 별로 마음에 안들지만 그냥 결혼해.

언니가 결혼 안 해 주면 우리집에 불이라도 지를 것 같아."

결혼 전 남편은 나와의 결혼이 생의 목표인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19평형 아파트에 시동생 친정동생의 도시락을 챙기며 중학교 교사로 첫출근을 하는 것이 결혼생활의 시작이었습니다

결혼 한 달 만에 대학에 복학하는 시동생의 등록금을 책임져야하고 시댁에 용돈을 드려야했습니다 아파트 전세금도 80%가 대출이었습니다.

임신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신과 약으로 생활하시는 시어머님의 병세가 악화되자 중증 알콜중독이신 시아버지께서 시어머님을 모시고 신혼집으로 들어오셨습니다

심한 입덧으로 제대로 먹지 못하면서 식구들을 모두 건사해야했습니다. 술에 취한 채 틈만나면 우격다짐으로 비상식적인 언행을 일삼는 시아버지와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시어머님과 복학생인 시동생과 재수생인 남동생...

의지할 곳은 남편 뿐이었지만 남편은 이 모든 걸 제게 맡기고 이틀이 멀다하고 연락도 없이 새벽에 들어오면서 왜 늦었는지 변명 한마디 없습니다

시아버님 곁이 싫은 시어머님이 안방에서 남편과 자는 날에는 임신한 몸으로 욕실 바닥에서 자고 아침을 차리고 도시락을 싸고 출근을 해서 사춘기 학생들과 씨름을 해야했습니다 겨울이었습니다

이대로 지내다간 자살을 하거나 정신병원에 들어갈 것 같아 남편에게 놓아달라고 했습니다

돌아온 답은 "너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런 말을 하다니 악독하다"였습니다

사랑이 뭐냐고 물었더니 "소유!"라고 합니다

그렇게 시작된 결혼생활이 34년이 되었고 이혼한 사람들을 부러워하면서 남들에게만 깍듯한 남편을 보며 나도 남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키웠습니다

탈진해서 병원에 실려가도 "여자 오래 누워있는거 아니다. 이제 인나라"하고 8시간 넘는 척추 수술로 장애인판정이 나도 위로보다는 열심히 재활해서 직장에 복귀하고 가사도 예전처럼 하랍니다

여기저기 고장난 몸으로 30년 워킹맘을 끝내고 명예퇴직을 하려고 할 때도 남편은 화를 냈습니다

공감이나 마음이라는 단어를 경멸했습니다

홀로 영성관련 책을 보며 이 삶의 의미를 찾았습니다

"이 사람 덕분에 영성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니 둘도 없는 선생이다"여겼지만 다정하고 따뜻한 위로에 대한 갈급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감사하게도 1년 전 하늘동그라미를 만났고 남편을 100점으로 여겨야함을 배웠지만 부딪힐때마다

이렇게 매섭고 차가운 선생이어야 하나 하늘에 입내밀곤 했습니다

이 번생에 이 사람이야 말로 내가 풀어야 할 가장 어려운 숙제구나 했습니다

그리고 작년 8월 남편의 전립선 이상이 발견되고 여러 검사 끝에 초기 전립선암 판정을 받았습니다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하늘이 소원을 들어주셨나보다 했습니다

남성성을 내세워 모든 걸 억압하고 통제하는 남편의 남성성을 제거해서 이제 마음을 나누는 친구같은 관계가 되게 해 주시는구나 생각했습니다

빙그레 선생님께 암소식을 알리자 "소원성취했네요. 죽길 바랬잖아요. 다음 생에 또 만나겠네요"하십니다

정신이 번뜩 들었고 남편의 전생치유를 신청하며 카페에 '자수'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놀랍게도 이리 마음을 돌려먹고 저리 돌려먹어도 안되던 남편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치유신청 후 바로 누그러들기 시작합니다

이게 되다니! 이게 되네! 그리도 안 되던게 이리 되다니

헛웃음이 나옵니다

전생 여교사를 짝사랑하는 남학생으로 선배를 동경하는 후배로의 인연을 들었습니다

명상으로 들어온 생각에는 기생이 되려는 주인집 서녀를 짝사랑하다 상사병으로 죽은 인연이었습니다

수개월 전 그걸 알고 시어머니와 남편에 대한 미안함으로 대성통곡을 했습니다 갚아야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미고사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열 중에 여섯은 남아 꿈적도 안 했는데 그 무거운 바위를 전생치유로 덜어내 주셨습니다

며칠 전 수술을 마친 남편을 병문안했을 때 제 볼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자기 정말 대단해, 그 힘든 수술을 견디다니~ 얼마나 아팠을까"합니다

10년 넘게 바래왔던 진심어린 한마디를 드디어 들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남편이 그리도 차갑게 내 마음을

바라봐주지 않던 것이 상사병으로 죽어가는데도 모른 척 했던 내 마음임을 알아차립니다

잔돌들은 남았지만 도랑치는 마음으로 널널히 할 수 있습니다 가재도 잡을 것 같습니다. 금덩어리까지 주으면 어떡하나? 기쁜 걱정을 합니다

오늘 남편이 퇴원합니다. 초기 발견으로 방사선이나 항암도 필요없다합니다.

알아차리라고 딱밤 한 대로 퉁쳐 주신 하늘입니다

무거운 바위 치워주실 두 선생님을 만나게 해 주신 하늘입니다

'이 사랑이 녹슬지 않도록 늘 닦아 비출게요~~'라는 노랫말이 흘러나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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