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에게 좋은 사람이었는가
작성자 1126호 방긋(진주1/서울)   댓글 0건 조회 62회 작성일 2025-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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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시간씩 자며 이백여명의 선거운동원들 밥을 하는 어미의 뱃속에서 버텼습니다

돌무렵엔 그악스레 울어댄단 이유로 밭두렁에 던져졌지만 살았습니다

손위 유산된 아기가 남자였다는 이유로 '오라비 잡아먹고 태어난 드센 년'이라는 딱지가 붙여진 채

천덕꾸러기로 자랐습니다

할머니의 매와 욕설을 피하기 위해 액땜으로 아침마다 국간장을 한숟가락씩 먹었습니다

맞지 않기위해 상대의 기분을 살피고 뜻을 맞추는 감각을 발달시켰고 스스로의 감정이나 욕구는 최대한 숨겼습니다

존재 이유와 존재 가치를 증명해내야한다는 압박감에 최대한 좋은 사람이 되고자 했습니다

궂은 일을 나서서 하고 약자를 돕고 정의를 위해 헌신하는

한 마디로 '누구나 인정하는 좋은 사람'이 되려 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괜찮은 사람으로 인식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내면 깊숙이 피해의식과 분노가 쌓여가고 있었고 어느 순간 몸이 무너졌습니다

척추가 나갔고 위장이 기능을 상실했습니다

"스스로를 60점으로 보면서 100점으로 살아내느라 모든 세포가 번아웃 상태"라는 큰선생님 말씀 그대로였습니다

며칠 전 위내시경을 한 후 의사가 심각한 표정으로

"위벽 세포의 3/2가 변형되었고 위암도 의심스럽다"합니다

첫 지원 수업 시 교육부장님이 기공유 후 주신 톡이 떠오릅니다

"하늘이 제발 자기 자신 좀 사랑하시랍니다 가슴에 시커먼 동굴이 보여요"

지원장님께서는 삶에 대한 애착이 안 느껴진다 스스로를 사랑하라 하십니다

스스로를 용서하라는 빙그레선생님의 말씀도 전합니다

일년 간 한다고 했는데....

그러다 문득 질문이 떠오릅니다

'나는 나에게 좋은 사람이었는가'

이 문장을 되뇌이다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명상 중에 이 문장이 깊게 들어오더니 왈칵 눈물이 터집니다 곧이어 비명과 절규에 가까운 울음이 터집니다 제어가 안 됩니다

삼십분 넘는 울음 말미에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얼굴로 거울 앞에 섰습니다 애처러워 또 눈물이 흐릅니다

오른 손이 가슴을 토닥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곤 읊조림이 나옵니다

"살아보자~ 살아보자~

이렇게 귀한데 이렇게 어여쁜데

여한없이 나에게 좋은 사람으로 살아 봐야지

그리 살다 가야지 그게 하늘의 뜻이지"

무언가 가슴에서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더니 편안한 연결감이 느껴집니다 모든 상대가 내가 잘 해주어야하는 짐스러운 대상이 아닌 그저 함께 하는 벗이라는 느낌입니다

비로소 분리의식이 있다는 말씀이 무엇인지 알아차립니다

나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야 진정 세상에 하늘에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음을 알아차립니다

위장이 간절히 전하는 메시지를 이제야 받아들입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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