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작성자 407호 복음(덕산3/원주)   댓글 0건 조회 151회 작성일 2023-12-30

본문

작년 오늘 기통한 복음입니다.

평소보다 늦게 시작한 아침명상에서
잔해만 일부 남아있는 성 안에
꼼짝않고 서 있는 커다란 아이가 보입니다.

불과 얼마전까지 이 아이는
아주 높다랗고 두터운, 창문 하나 없는 성 안에서
무릎에 얼굴 묻은 채 무서움에 벌벌 떨고 있는,
아주 작은 아이었습니다.

이 아이는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서너 살 무렵 깜깜한 밤중에 툇마루로 쫓겨나서
죽음의 공포를 겪은 이후로 이 아이의 인생목표는
다시 툇마루로 쫓겨나지 않는 거였거든요.

다시 툇마루로 쫓겨나지 않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잘 보여야만 했습니다.
이 아이에게는
삶의 매 순간이 목숨이 걸린 시험이었고,
만나는 모든 사람이 심판관이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자신이 자신에게
가장 엄격한 심판관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기통하고 마음 열어야 한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습니다.
마음 다 열었는데 대체 어쩌라구 싶었습니다.
그래도 빙그레선생님이 해주시는 심령기도 등으로
조금씩이라도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서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듯 합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몸과 마음이 하나구나!'가
마음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그게 8월이었습니다.
이후 하루도 울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오늘도 울었습니다.
울음이 깊어지면서 마음도 열려갔습니다.
어느 날 그냥 '감사하다!',
'내 삶의 모든 것이 완벽했구나!'가 알아집니다.
중단전이 따뜻해지고 확장됩니다.
주변에서도 마음이 열렸다고 확인해 줍니다.
마음이 열리고 나니
모든 사람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북받칩니다.
그 중 가장 미안한 사람은 자신입니다.
억울하기까지 합니다.

스스로를 가두어 두었던 성이 무너졌는데도
아이는 여전히 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아이에게 그동안 해왔던대로
정답 들이대며 이렇게 하라고 하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 이 모습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어둠이 깊었던 데다가 늦되기기까지 해서
1년동안 있었던 일들을 자세히 쓰자면
책 한 권으로도 부족합니다.
줄이고 줄이니 너무 추상적인 체험담이 되어
버린 듯 해서 비포&애프터를 하나 덧붙입니다.

예전에는 운전할 때 무리하게 끼어드는 차를 만나면
바쁜 일이 있나보다는 생각을 거쳐 받아들였는데
요즘은 아예 아무 생각이 안듭니다.
이럴 수 있다는 게 완전 신기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