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배..
작성자 781호 사랑해(서울중부/안양)   댓글 0건 조회 178회 작성일 2024-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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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배를 올리기로 스스로와 약속합니다. 드디어 6월 6일 D-DAY.  


하늘에 고하고 예를 올리며 1배, 2배, 3배.. 한배한배 정성스레 삼천배를 시작했습니다. 가슴 앞에 두손을 합장하고 무릎을 꿇고 바닥을 짚으며 호흡을 들이쉬고, 모든 것을 하늘에 맡기는 마음으로 머리를 조아리며 두손을 받들어 올립니다. 동시에 모았던 발꿈치를 벌어지게 하여 다섯 발까락이 바닥에 닿아 꺽이어 오장을 자극하게 하고, 호흡을 내쉬며 ...몇..배 소리내여 말하고 의식은 배와 뱃속의 공간, 명문 이 세곳을 통과합니다. 몸을 다시 세워 가슴 앞에 합장하고 두발을 다시 모아 엄지발가락을 대장(大將)으로 발가락과 다리, 허벅지 안쪽의 힘으로 일어서며 항문에 힘을 주고 허리를 곧게 펴 하늘과 땅 사이를 제몸으로 기운 줄을 연결합니다. 등 뒤쪽으로 향했던 몸의 무게가 자연스레 앞쪽으로 기울며 앞뒤의 무게가 평형을 이룹니다. 내부와 외부의 끊임없는 조화와 연결로 한동작이 탄생하며 사라지고 다음 동작이 시작되며 어느순간이 되지 의식적으로 애쓰지 않아도 뇌는 이 동작들을 반복하며 무아의 상태로 한배, 한배가 되어집니다. 1평의 반의 반도 되지 않는 이 자리에서 상하, 좌우. 완벽한 몸의 움직임과 조화. 너무나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아름다움과 황홀감은 점점 하늘로 퍼져 우주 전체를 가득 채웁니다. 


이 날을 위해 일상속 불필요한 행동을 빼고, 해야 할 일들은 다음으로 미루며 시간을 배분했고 3천배를 버틸 수 있는 몸을 만들고 한계라 생각하는 그 순간을 위한 극기. 나를 넘어서는 마음을 몇 번이고 넘기는 시간들을 가졌습니다. 3천배를 앞두고 두려움이나 긴장은 없다 생각했었습니다만 하나하나 일상을 조절하고 외부로 향한는 에너지를 줄이며 준비했던 이런 마음과 행동들이 해내지 못할 두려움의 마음에서 동기화되었음을 앎의 시작으로 삼천배를 하는 동안 여러 자각들이 있었습니다. ‘절은 절로 되어여 절이구나..’ 에서 절은 ‘절로 알아져서 절이구나..’라는 것까지.


또 1배..678배.. 1890배.. 2024배..하며 그 숫자 하나하나에서 나이, 점수, 향수, 돈 또는 사회적인 서열로써 어떤 것들은 해(年)로써 감각적으로 다가오며 팔뚝에서 공포와 냉기가 느껴지기도 했는데요 이런 숫자와의 뜻밖의 조우는 기억에 남는 흥미로운 일이였습니다.


이틀간은 몸살로 좀 힘이드는 시간을 보냈지만 그 통증과 시간까지도 삼천배의 일부라 생각하며 흘려내고는 비온 뒤 맑게 갠 공원으로 나가 맨발걷기를 합니다. 발꼬락사이를 삐집고 나오는 흙들이 귀엽고 사랑스러웠고 그 와중에 만나는 풍성해진 나뭇잎, 시들어 떨어진 꽃송이, 꼬물거리는 벌레들의 움직임, 손톱만한 새로나는 새싹들, 촉촉함과 향기로움. 투박한 나무뿌리까지도 모든 것들이 너무나 신비롭고 경이롭게 다가와 연신 감탄합니다. 내가 변한 것인지, 네가 변한 것인지.. 그냥, 지금 이 생명력에 흠뻑 취해봅니다.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신 모든 분께 따로 인사 생략하며 미리 하늘님의 사랑을 전합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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