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통 후 1년, 죽음을 내려놓다
작성자 130호 비타민(대구/대구)   댓글 2건 조회 202회 작성일 2022-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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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7~8월쯤 스무 살 아들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들:  엄마!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그냥 뛰어내려 죽고 싶어
비타민:  뛰어내리고 싶을 만큼 네가 힘들구나
아들:  사는 게 너무 무의미하고 왜 살아야 되는지 모르겠어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고
          학교도 가기 싫고 공부도 하기 싫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도 않아
비타민:  그렇구나~ 엄마가 너라도 힘들거 같아
             근데 엄마는 살아가는 것에 꼭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삶에 의미를 붙이는 건 피곤한 일이고,
              그냥 하루하루 살아지는거야
              아무것도 하기 싫으면 잠을 좀 자보는 건 어때?
아들: 잠도 자기 싫어
비타민: 그럼 좋아하는 거 먹어보면 어떨까?
아들: 먹고 싶은 것도 없어
         그냥 죽고 싶어...
비타민: 아들! 그럼 이렇게 해 보는 건 어때?
아들: 뭐 말이야?
비타민: 전화 끊고 지금부터 네 방에서 나오지 말고
             안 먹고, 안 자면 사람이 죽는다고 하니
              그렇게 해서 자연사하는건 어때?
아들: 지금 뭐라카노?(화를 냄)
         그럼 내보고 굶어 죽어란 말이가?
          그게 엄마라는 사람이 할 소리가?
           정말 너무 하네
비타민: 네 마음을 공감해서 엄마가 아는 여러 방법들 중에 이게 생각이 나서 말한 거야
             네가 힘들어서 죽고 싶은 마음은 공감하지만 뛰어내려서 죽으면 무섭고 몸이 아플 것 같아서
             안 무섭고 몸 안아프게 죽는 방법을 생각하니
             굶어서 죽는 방법이 생각나서 말한 것 뿐이야
아들:  그래도 굶어서 죽어라는 건 너무 한거 아니가?
비타민:  네가 섭섭하게 생각하니 사과할게~ 미안해~
 
전화 끊고 아들은 그날 밤 밤새 편의점을 들락거리며 야식을 먹었습니다.

안 아파도 좋고, 아파도 좋고, 죽지 않는 병에 걸려도 좋고,
죽을 병에 걸려도 좋고, 살아도 좋고, 죽어도 좋고...
죽는다는 건 새 몸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오는 것이니
그것도 참 좋습니다.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용서합니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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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임님의 댓글

484호 설레임 ( 부산1/부산 ) 작성일

비타민님 감사합니다
비슷한 경험이 있어 웃다울다하며 읽었습니다
아둥바둥거렸던 나에 모습이 떠올라서요~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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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그레님의 댓글

2호 빙그레 작성일

모두에게 비타민 역활을 하고 있습니다
사랑하고 있습니다.